아프리카 원정대 딤탁터 임무 수행기 및 킬리만자로 등산 경험기-2
아프리카 원정대 딤탁터 임무 수행기 및 킬리만자로 등산 경험기-2
해 뜰 즈음의 우흐르피크로 산 전체가 잘 보임(롱가이 루트 중 3rd Cave에서)
고산증은 산을 내려가면 치료가 된다는데
3rd cave는 고산 사막지대에 있는데 실제 이름대로 크기는 얼마 안 되지만 자그마한 동굴이 있다. 이 3rd cave camp에서 하룻밤을 자고 나니 고산증은 많이 줄었으나 약간의 두통이 남아 있었다. 도저히 더 이상의 고도 상승은 불가능할 듯하여 Horombo쪽으로 내려가는 팀에 합류하기로 했다. 고산증은 산을 내려가면 치료가 되기에 ‘이제 괜찮아 지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눈깨비 속의 우흐르피크(호롬보 산장으로 가는 하산길에서)
착각은 인생 다반사
그러나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Horombo 쪽을 가기 위해서는 Mawenzi 봉과 Kibo 봉 사이의 안부(Saddle) Junction(4465m)까지 약 600m를 더 올라 가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Junction 까지 올라가는 도중에 강풍 속에 진눈깨비가 날렸다. 나뿐 아니라 다른 대원들도 두통, 구역, 구토 등 고산병 증세가 더욱 심해졌다. 정상 도전의 전초 기지인 Kibo 산장 행을 포기한 일부 대원들도 고산증으로 Horombo 하산 팀에 합류하였다. 결국 정상 도전을 위한 Kibo팀과 하산 팀인 Horombo팀으로 반반 나뉘어 각각 다른 길로 가게 되었다.
Horombo팀이 하산하기 시작했던 고산 사막 지대는 자갈돌과 흙길이었지만 진눈깨비가 내려 먼지는 날리지 않았으며, 고도가 낮아질수록 날씨가 개었고 고산증세도 덜해졌다.
가는 길은 각자 달라도
Kibo 산장(4702m 고도)에서 정상 도전을 포기한 대원을 제외한 나머지 정상 도전 팀은 밤 12시부터 등반을 시작하였다. 한밤중에 등산을 시작하는 이유는 등산길 먼지가 밤에 덜 나는 것도 있지만 약 6시간 등산하면 Gilman’s point(길만스 포인트 5681m) 쯤에서 일출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Gilman’s point에서 분화구 가장자리를 따라 2시간을 더 걸어가면 만년설이 덮인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의 최정상인 우흐르 봉(Uhuru peak)에 이른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조금 밖에 남지 않은 킬리만자로 정상(우흐르피크)의 만년설은 2-30 후면 다 녹아 버릴 수 있다는 안타까운 얘기도 들린다.
정상에 도전했던 많은 대원들이 고산증으로 중도 하산하였고, 정상 도전에 성공한 대원 중 일부는 심각한 고산증(의식 혼미, 정신 착란, 탈진)으로 포터와 가이드의 도움으로 하산했다 한다(위험했던 상황이었음!). 이에 대해서는 추후 정상 도전자에 대한 보다 엄격한 통제(도전 기준,선별 등)가 필요하리라 생각되었다.
Horombo 쪽(호롬보 하산길 중간 휴식처에서)
정상 도전의 기쁨보다 인간적 교감이 더 감동스러워
정상에 도전했던 대원들은 밤 12시 등반 시작 후 약 14~15시간을 걸어 Horombo 산장(3720m)까지 하산해야 했다. 아마도 그들은 그날 저녁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잠에 빠져 들었을 것이다.
정상에 섰던 어떤 대원은 정상 등정의 기쁨보다 극한상황(고산증, 목마름, 피로감)에서 보여줬던 포터들의 헌신적인 도움과 동료들의 응원과 격려가 오히려 더 큰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독특한 모양의 자이언트 그라운드셀(Giant Groundsel, Senecia Kilimanjari)-호롬보 산장 근처 Mandra 산장(2720m) 근처의 열대 우림에서 만난 Black & White colobus monkey
고도에 따르는 식물의 수직 분포를 체감하고, 끝은 또 다른 시작임을...
밑으로 내려올수록 고산증의 증세는 씻은 듯이 없어졌고, 풀과 나무가 없는 고원 사막지대를 지나 풀이 자라나는 고원에서는 광활한 주위를 감상하며 둘러보는 여유가 생겼다. 고도가 낮아지자 나무의 키들이 점점 커지고 마침내 열대 우림의 깊은 숲속에 들어오게 되었다. 고도에 따른 식물들의 수직 분포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Horombo 산장 근처에서만 보이는 독특한 모양의 자이언트 그라운드셀(Giant Groundsel, Senecia Kilimanjari)과 Mandra 산장 근처의 열대 우림에서 만난 Black & white colobus monkey는 덤으로 만난 행운이었다.
Marangu 루트의 시발 지점(1980m)이라는 표지가 나에게는 Marangu 루트의 종점이었지만 다른 이에게는 시작점이었다.
가난 구제는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나
나이로비로 돌아와서 케냐 최대의 슬럼가인 Kibera 지역을 방문하여 아이들과 구호 단체들께 준비해 간 기부 물품을 전달하고, 이 곳 아이들과 함께 나무 심기 활동을 하였다. 이곳은 전기, 수도, 하수도, 화장실 시설이 거의 안 되어 있고, 경제적으로 궁핍한 수 십 만의 어른뿐만 아니라 5만 명 이상의 에이즈 고아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UNHABITAT 등 여러 단체들이 여러 PROJECT를 통해 이들을 도우고 있지만 아직도 멀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호텔에 돌아와 며칠 만에 머리를 감고 목과 콧속의 먼지를 씻어 내 보지만, 킬리만자로에서 지냈던 순간들은 발의 물집과 발톱의 피멍처럼 좀처럼 지워지지 않고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
- 끝 -